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코자 하는 관심에서 써본 글들을 모은 것이다.
제1부는 문화경제학의 역사적인 전개과정을 중요개념들과 함께 짚어본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일종의 전사(前史)로서 러스킨, 모리스, 그리고 케인즈를 문화경제학의 관점에서 살펴본 후, 이 분야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그리고 일본의 경우를 살펴본다. 문화예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문화예술》에 연재했던 글들이 중심이 된다.
제2부는 문화경제학의 주요 쟁점들을 해설하는 글들이다. 어찌보면 제1부에 대한 보완의 역할을 감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된 문화경제학의 표준교과서격인 The Economics of Art and Culture : an American Perspective (James Heilbrun & Charles M. Gray,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을 기초자료로 삼았음을 밝혀둔다. 월간 《기업경영》에 연재했던 글들이 중심이 된다.
제3부는 메세나 개념을 중심으로 기업과 문화의 상호관계와 관계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메세나란 예술·문화·과학진흥을 위한 공공적 지원이 그 출발점이 되지만,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참여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기업에 의한 예술·문화진흥이라는 뜻이 오히려 더 본래적인 것이 되었다. 이로써 본래 자유를 생명으로 삼는 예술·문화가 국가에 대한 의존과 시장경제의 종속으로부터 좀더 여유롭게 벗어나면서, 다양성을 더해 갈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도 기업의 예술활동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환경의 변화에 발 맞추어, 이의 본격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전체를 통해 기업이 예술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예술이 직면한 위험을 대신함으로써 단순한 문화의 상업화를 넘어서서 문화·예술과의 연대를 통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시민으로서의 정당한 사회적 평가를 획득하는 소득을 취할 때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문화활동도 그 나름대로 의의가 없지 않으나, 문화지원과 선전행위를 구별하면서 기업 역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좀더 본격적인 메세나운동을 전개할 때가 이른 것이다. 문화·예술활동의 지원뿐 아니라, 이를 위한 조직정비 촉진, 인재 양성, 미학이나 문화경제학을 비롯한 예술관련 학문의 진흥, 그리고 기업메세나를 활성화해 줄 세제개선 추진 등 기업메세나 활동의 일감은 참으로 많다.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 가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우리 나라가 문화외교적으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도 어느 일 못지않게 중대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제4부는 문화산업과 문화상품에 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다른 부분들도 그렇지만 좀더 체계 있게 다듬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일단 지금 상태로 거두어 들이기로 한다.
필자가 서울대학교 예술문화연구소장 자격으로 1995년 10월에 세계문화경제학회 회장 딕 네쳐 교수(뉴욕대)와 일본 문화경제학회 부회장 이케가미 쥰 교수(교토대)를 초청하여 학술모임을 개최한 것이 우리 나라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예술과 경제의 상호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저술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 책이 하나의 자극제로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이 작업의 정리에 크게 도움을 준 홍기원 석사에게 감사한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뉴욕대에서 딕 네쳐 교수의 지도 아래 예술행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중이다.

끝으로 이 보잘것 없는 작품을 국민경제교육연구소장으로 생애를 마감하신 고 주학중(朱鶴中) 박사에게 드리고자 한다. 주박사는 필자와 함께 대우학술재단의 지원을 얻어 문화경제학에 관한 기본도서를 기획하던 중 불행히도 타계하셨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작업으로 추진한 <문화통계 및 지표 체계연구>(1986년)가 계기가 되어 친분을 맺게 되었던 것인데, 모처럼의 인연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1997. 9.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집무실에서
저자  김문환